첫번째 포스트인 Building Your Own Obsidian Publishing Platform with Quartz는 내가 그나마 편하게 느끼는 도구인 Obsidian을 기반으로 한 웹사이트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마침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남는 건 실제로 글을 쓰는 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원래 어떤 글을 쓰려고 했었더라?
처음 이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곳을 내가 배운 것들(TIL)을 정리하고, 그 지식들을 서로 연결하는 공간—일종의 PKM 시스템이나 “Second Brain”—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Quartz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이 정적 사이트 생성기를 만든 개발자 Jacky Zhao가 소개한 디지털 정원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디지털 정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알게 되면서 나는 이 웹사이트의 방향성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다.
Digital gardens focus not on being a definite source of truth, but rather a source which is constantly evolving as your own knowledge grows and changes — Jacky Zhao
나는 정말로 내가 배우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요약하고, 연결하여 관리하고 싶은가? 아뇨? 나는 이미 무언가를 학습함에 있어 스스로의 언어나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며, 나의 정리본이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것을 다루기 시작할수록 틀린 정보가 될 가능성은 높아짐과 동시에 최신화 작업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슬프게도, 이제는 AI 서비스가 내가 일일이 읽고 거의 필사하듯이 5시간동안 정리한 것보다 훨씬 양질의 “지식 노트”를 5초 안에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가장 나쁜 것은 공식 문서나 서지의 원본 정보를 거의 그대로 정리하는 방식을 많은 사람들이 취한다는 점인데, 이는 오히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 기억에서 쉽게 휘발되고, 결국에는 원본 링크로 회귀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지식 관리의 끝판왕인 PKM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위 영상을 한번 진지하게 시청해보자.)
지식 관리의 관점을 더 확장해보면, PARA나 PPV와 같이 작게는 작업 공간, 크게는 삶을 구조화하고 정돈하고자 하는 많은 방법론들과 추종자들이 있었고, 나 또한 이 혼란스러운 세상의 한정된 시간에서 살아가기에 매우 혹하여 내 삶에 적용해보고자 많이 시도했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발견한 것은 실제로 활용되는 지점까지도 가지 못할 시스템을 만드느라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나였다. 해당 방법론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니며, 그저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는 궁합이 안 맞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나의 개인용 Obsidian 환경은 형식과 제한사항을 최소화한 Bullet Journal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이 웹사이트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그럼 결국에 뭘 쓰고 싶다는 말인가? 결론은, 그걸 미리 정하지 말자! 정확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나의 마음이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자.
Some people trust their ability to predict the future, they want top-down, they want to pave the paths in the garden. Others (normally those that have tried and failed) don’t trust their own ability to predict the future, they want to make it possible for the cows to roam safely, then pave the desire paths after they form. — Jacky Zhao
그렇게 이 공간을 채워나가다보면,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구조가 드러날 것이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당장의 첫번째 목표가 될 것이다.
일상 중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 /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개념들을 간단한 메모의 형태로 작성할 수도 있고, 이 글과 같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Jacky Zhao는 디지털 정원이라는 명명에 걸맞게 이런 간단한 메모들을 씨앗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나의 공간에 적용하지는 않고자 한다. (지금 이 공간을 디지털 정원이나 블로그라 칭하지 않고 “웹사이트”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 오랜 고찰과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낸 자신만의 결과물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PARA나 PPV를 적용하는 데에 실패한 것은 이런 날먹시도의 부작용이었을지도…
아무튼 그렇게 Jacky의 디지털 정원을 본따 Quartz의 레이아웃 / 구성 등을 변경하던 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보통 어떤 노트나 메모를 작성할 때 어떤 특정 폴더의 어떤 형식으로 넣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디지털 정원에는 그러한 선형적/계층적인 (이를테면 폴더와 같은) 구조가 없었다.
I want my digital garden to be a playground for new ways ideas can connect together. As a result, existing formal organizing systems like Zettelkasten or the hierarchical folder structures of Notion don’t work well for me. There is way too much upfront friction that by the time I’ve thought about how to organize my thought into folders categories, I’ve lost it. — Jacky Zhao
첫 포스트가 Quartz의 초기 구성과 관련한 내용이었던 것 만큼, 글 작성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이 웹사이트에서 지워나가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Quartz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을 글로 남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을 구조화하는데에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니라, 의도되지 않은 기본값으로서의 구조를 없애는 과정이 될 것이다. 공부하기 전 괜히 방 정리가 하고 싶었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그게 맞다. 다만 그 과정을 표현하고 공유해서 생산적인 일로 환원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이 과거의 Procrastination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Quartz에 대한 설정을 변경할 때마다 Tidy Up - Changelog에 그 내용을 작성하고자 하며, 시간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설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간단하게 포스트로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Quartz Documentation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원하는 내용을 찾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의 제목이 Tidy Up Before Type Up인 이유를 설명하는데에 참 오래도 걸렸다 (…) 쓰다보면 글 쓰는 속도도 빨라지겠지… 끝맺음하는 법도 알게되겠지…